
[Daily] 정글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After Sparta
25년 2월, 스파르타에서의 인턴 생활을 끝내고 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사실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물론 당시에도 느꼈지만), 일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아니지, 아깝다기보단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는 다들 “복에 겨웠니”, “너가 지금 그럴 때니” 와 같은 걱정과 한숨이 많이 들렸다.
물론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냉정하게, 다들 내 나이때쯤이면 취업을 하고 일을 하고 있을 때이니깐.
근데, 일단 난 아니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난 다음, 물론 놀기도 놀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실력이었다.
군대를 가기 전에는 개발을 손에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가뜩이나 공부를 안했었는데 군대에 있었으니 없던 개발 지식도 사라져버렸다.
군대를 전역하면서 개발자를 마음먹었기에, 최소한 남들보다 느린 1년 반이라는 시간을 어떻게든 난 채워야했다.
정말 2학년 2학기부터 졸업때까지 미친듯이 개발만 했었다.
코드잇에서 들었던 파이썬 강의부터, Flutter를 독학하고 머신 러닝과 데이터 분석까지 정말 안해본 것이 없었다.
그 결과는, 그래도 나름 학교에서는, 과에서는 알아주는 주니어 개발자가 되어있었다.
근데, 막상 그렇게 하고 나니, 개발자가 하기 싫더라.
Flutter가, 아니 모바일 개발자라는 포지션 자체가 불황이 찾아왔다.
당장에 원티드에 Flutter를 검색하면 나오는 포지션은 2개밖에 없었고, 모바일 개발자 또한 1페이지 안에서 끝날 정도로 불황이 와버렸다.
회의감이 들었다.
”개발자가 맞나?”
진지하게 당시에 적성에 대한 고민까지 했었다.
그렇게 기획자, PM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운이 좋게도 나름 나쁘지 않은 회사들의 면접까지도 경험을 했다.
개발자로는 그렇게 서류조차도 통과하기 힘들었는데, 기획으로는 나름 꽤나 괜찮은 회사들에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오니,
“아 이건가보다” 싶었다.
그렇게 기획자로 포지션을 변경하고, 서류를 넣다보니 운이 좋게 팀스파르타에 콘텐츠 프로듀서 인턴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첫 회사였지만, 그리고 인턴이었지만, 정말 좋은 회사였다.
복지? 무제한 연차, 활발한 소모임, 심지어 야근 택시비 지원에 저녁 지원까지.
신입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좋은 회사였고, 구성원분들도 너무 좋은 회사였다.
그렇게 콘텐츠 프로듀서라는 직무를 갖고 일을 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개발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잖아”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회사를 다녔다.
근데, 막상 다니다보니,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지만, 기획과는 포지션이 맞지만, 왜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재밌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개발에 질려갈 때 쯤, 사실 코드를 보기도 싫었고, 코드를 치고 오류를 고치는게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포지션 변경을 했는데 왠걸,
코드를 치던 시절이 그리웠다.
밤을 새가고 머리를 싸매며 문제를 해결하고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리웠다.
어느 순간, 정말 문득 그 생각이 들고 나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스타트업이기에, 그리고 연관되어 있는 많은 일들 때문에 야근도 잦았고, 주말에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근데 이런 시간들에, “아 개발 했으면 뭐라도 하나 더 배웠을텐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제서야 다시 한번 느꼈다.
”아 공부하고 싶다”, “아 좀 더 놀아보고 싶다”
하루라도 어릴 때,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 공부를 더 하고 싶었고, 좀 더 놀고 싶었다.
그렇게 팀스파르타를 나오게 되었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일단, 미친듯이 놀았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침대에 누워있어보기도 했고,
밖에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놀기도 했고,
멀진 않지만 부모님과 놀러도 갔었다.
그렇게 두달여 지났을까, “슬 공부를 해야하는데”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근데 공부가 안되더라.
너무 놀아서 그런지, 아니면 놀기만 하는 내 자신에게 나태해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았다.
정글을 마주하기
의무감에 회사들에 서류를 돌리며 일자리를 찾던 때에,
정말 왜인지 모르겠는데 크래프톤 정글이 연관 검색어에 떴고, 우연찮게 사이트를 보게 되었다.
사실 난, 원래 부트캠프에 정말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비전공자”들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강했고 (전공자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마치 “저 학창시절에 공부 안했어요”를 대변하는 느낌이 들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근데, 그냥 진짜 다른거 없이 주에 100시간 공부하기라는 말에 꽂혔다.
정말 뭔가에 홀린듯이 그 자리에서 신청서를 작성했고 제출했다.
지금 생각보면, 학창 시절에 매일 강의실에서 밤을 새고 도서관에서 밤을 새며 작업하던 시절을 그리워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허구한날 대학 동기와 통화하면서 말했던 내용이
야 다른거 모르겠고 그냥 한누리관 701호에서 썩고 싶다
였으니.
그렇게 홀린듯이 지원서를 내고, 입학시험 교육자료를 받았다.
이제서야 풀어내는 오프더레코드지만, 교육 자료를 받고 놀랐다.
뭐야 이거 내가 스파르타에서 만졌던 교육자료네
정글과 팀스파르타가 연결되어있는건 알았는데, 그 인연이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교육자료는 간단한 내용들이 위주라서 한번씩 훑어보고 기억을 되살려서 한번씩 만들어보고 입학시험을 봤다.
입학시험은 어렵지 않았고, 5시간만에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
답안 제출을 했고, 마음을 버렸다.
뭐 떨어질 수도 있으니, 굳이 마음 쓸 필요 없지 라는 생각에 편하게 있었던 것 같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서 그런지, 면접의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고, 코치님들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면접 때, 정말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 스스로가 나를 피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그냥 개발을 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보여주려고 했다.
정글 합격
면접이 끝나고, 마음을 비우고 다시 회사들에 이력서를 돌리고 있을 때, 이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처음에 아무생각없이 “스팸이겠거니” 했는데 왠걸, 정글에 붙었다는 소식이었다.
오잉..? 이게 됐네?
나에게 남은 시간은 한달. 이제 그 한달이 중요했다.
개발이라곤 눈을 씻고 찾을 수 없던 나의 머리속을 개발로 다시 채워야 했다.
그때 했던 작업이,디스코드 봇 제작과해당 개인 사이트 제작 / 배포였다.
한달 동안 코드만 몇천 줄을 작성했고, 디스코드 봇은 v2.0
까지 배포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하는 개발이 너무 즐거웠다.
오랜만에 “몰입”을 느꼈고, 코드를 작성하고 이슈를 해결하며 즐거움을 느꼈다.
“아, 이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글에 합류하기까지의 시간을 보냈고, 어느때보다 알차고 즐거운 한달을 보냈다.
정글 합류
주변 사람들의 걱정은 여전했다.
취업을 해야할 때에 교육을 듣는게 말이 되니
가뜩이나 취업 힘든데 조금이라도 노력해야지 도피하려고 그런데를 가니
근데 난,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코딩만 할 생각에 솔직히 설렘이 가득했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갈 생각에 재미를 느꼈다.
그렇게 처음 오자마자 4일짜리 프로젝트 (를 가장한 해커톤이 아니었나..) 를 시작했고,웹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었다.
미친듯이 4일 동안 개발만 했다.
근데 너무 신기한건, 진짜 오랜만에 너무 재밌게 개발을 했다.
대학때 갇혀서 작업만 하던 감정을 다시 느끼며 재밌었고, 협업하며 개발을 해가는 과정이 재밌었고, 결과가 완성되는 과정을 보며 또 다시 재밌었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진짜 5달동안 미쳐서 개발만 해보자.
하고 싶은거 다 해보자
그냥 개발만 미친듯이 하다보면 내 미래가 다시 잡히지 않을까.
내가 정글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다.
그래서 너 개발자 할거야?